호랑이를 피하여 하늘로 올라간 남매가 각기 해와 달이 되었다는 설화. 동물담 중 유래담(由來譚)에 속하며, ‘일월전설(日月傳說)’·‘수숫대가 빨간 이유’라고도 한다. 전국적으로 널리 구전되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 한 어머니가 삼 남매를 집에 두고 품팔이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는 어머니의 떡과 팔·발·몸을 차례로 먹어 버리고는 어머니로 가장하여 삼 남매가 사는 집으로 찾아갔다.
아이들은 호랑이의 목소리와 손바닥이 어머니와 다르다고 문을 열어 주지 않았으나, 호랑이는 갖은 꾀를 써서 마침내 방 안으로 들어가 막내를 잡아먹었다. 이를 본 두 남매는 겨우 도망하여 우물가 큰 나무 위로 피신하였다.
이들을 쫓아온 호랑이는 처음에는 오라비 말대로 참기름을 바르고 나무에 오르려다 실패하고, 그다음에는 누이가 일러 준 대로 도끼로 나무를 찍으며 올라갔다. 남매는 하늘에 동아줄을 내려 달라고 기원하여 드디어 하늘로 올라갔는데, 호랑이에게는 썩은 줄이 내려와 그것을 잡고 오르던 호랑이는 떨어져 죽고, 호랑이의 피가 수숫대에 묻어 붉게 되었다.
하늘에 오른 남매는 해와 달이 되었는데, 누이가 밤이 무섭다 하여 오라비와 바꾸어 해가 되었다. 해가 된 누이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이 부끄러워 빛을 발하여 자기를 바로 쳐다보지 못하게 하였다.
이 설화는 범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는데, 유럽의 것은 이리와 염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순수한 동물담으로 되어 있다. 일본의 것은 가해자가 악마로 나타나고, 아이들은 하늘에 올라가 별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것은 대개 늑대가 하늘로 오르다 떨어진 곳에서 배추가 나왔다 하고, 아이들은 그 배추를 팔아 부자가 되었다고 한다.
각 편에 따라 삼 남매가 다 하늘로 올라가 각기 해·달·별이 되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오빠가 누이와 싸우다 누이의 눈을 찔러서 결국 누이가 해가 되었다는 변이형도 있다. 그리고 해와 달에 관한 기원담(起源譚)은 생략되고, 수숫대가 붉게 된 유래만 내용으로 삼는 이야기도 흔히 나타난다.
이 설화는 묘미가 있는 반복과 속고 속이는 지혜 겨룸 등으로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으며, 또한 땅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상향식 신화여서 우리 민족의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는 자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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